‘정유라 IOC 선수위원 만들기’ 프로젝트의 전말

December 23, 2016

Joins.com

Written by In-young Choo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에는 스포츠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승마협회는 승마선수인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는 게 뒤늦게 드러났다. 청담고와 이화여대가 체육특기자 전형에 승마 종목을 갑자기 신설하고, 정유라가 출전했던 승마경기의 승부조작 의혹을 조사하던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두 명이 ‘나쁜 사람’ 낙인이 찍혀 결국 공직을 떠난 일은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적잖은 성과를 냈고 특검이 진행 중이지만 스포츠계에선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는 일이 숱하게 남아 있다.


[심층취재] “i-SR 로잔 사무실 설립 추진은 결정적 증거” 

문체부는 문대성이 원하는 ISC-iSR 재단 통합을 돕고, 

문대성은 “흠 있어서 안 된다”(김종)는 유승민을 

IOC선수위원 후보로 결정한 이해 못할 행적들


대한민국 문체부 차관이 국보급 국가대표 수영선수인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왜 방해했을까? 그가 국민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피겨스케이트 선수 김연아를 ‘싫어한다’고 말한 이유는 뭘까?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이 ‘이상하다’고 여겨왔던 스포츠계는 ‘정유라’라는 조각을 맞춰놓고 나서야 “이제야 그 퍼즐이 다 맞춰지는 느낌”이라고 입을 모은다. “결국 정유라를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으로 만들려고 했다” 는 의혹이다. 의혹의 중심에는 김종 전 차관과 19대 국회의원 이자 현재 i-SR(국제스포츠재단) 이사장인 문대성 전 의원이 있다. 월간중앙이 ‘정유라 IOC 위원 만들기 프로젝트’ 의혹을 추적했다.



8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2차 청문회에 참석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앞) 뒤쪽에

 ‘찍어내기’로 인사 피해를 입은 노태강 전 체육국장이 있다.



이번 의혹은 한 가지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박태환의 2016 리우올림픽 출전을 막으려고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 전 차관은 지난 5월 25일 박태환 측과 만나 올림픽 불참을 종용했다. 일부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박태환 측에 “기업들도 소개해줘서 (중략)

부담 없이 도와주고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기업스폰서) 그런 건 내가 약속해 줄 수 있다”, “(박태환 모교인) 단국대학교 교수 해야 될 것 아냐? (중략) 교수가 돼야 행정가도 될 수 있고 외교로 나갈 수 있고 다 할 수 있다”라고 회유했다. 그런가 하면 “(박태환과 정부가, 대한체육회도) 서로가 앙금이 생기면 (중략) 예를 들어 단국대학이 부담 안 가질 것 같아? 기업이 부담 안 가질 것 같아?”라고 협박에 가까운 발언까지 했다.


 

2012년 7월 27일 런던하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문대성 전 IOC 선수위원.



김 전 차관은 이 자리에서 “나는 김연아를 참 좋아하지 않는다”, “안현수는 그냥 메달을 딴 아이다”, “유승민은 흠이 있어 IOC 위원이 되기 어렵다”는 말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차관이 박태환의 올림픽 출마를 막은 건 IOC 선수위원 출마 자격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스포츠계의 유력한 관측이다. IOC 선수위원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선수위원을 선출하는 해의 올림픽 또는 그 직전의 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 박태환이 2016 리우올림픽에 출전하면 2020년까지 IOC 선수위원 출마 자격을 갖게 된다. 김연아 역시 2014년 현역 복귀를 앞두고 “소치올림픽에서의 현역은퇴는 IOC 선수위원을 향해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전 차관은 지난 12월 7일 최순실 국정농단 2차 청문회에서 ‘김연아가 싫다’고 말한 데 대해 “적절한 표현이 아니었다”고 사과했지만, 그렇게 발언한 이유에 대해선 “지금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다”고 입을 닫았다.

 

김종, 박태환 올림픽 출전 왜 막았나


IOC 선수위원은 국가당 1명이 원칙이기 때문에 문대성 위원의 임기가 끝난 2016년부터 대한민국 선수가 IOC 선수위원 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유승민 위원이 선출되면서 유 위원의 임기가 끝나는 2024년까지 또 다른 IOC 선수위원이 나올 수 없게 됐지만, 당시만 해도 박태환 선수의 출마만 막아도 유력한 경쟁자가 사라지는 셈이었다. 김연아는 그 다음 수순의 문제였다. 정유라는 임신(2015년 9월)과 출산으로 인해 2016 리우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IOC 선수위원 출마 자격을 노렸을 것이란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제스포츠계의 한 관계자는 “정유라를 IOC 선수위원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가장 유력한 경쟁자가 하계에서는 박태환, 동계에서는 김연아 선수”라며 “대한민국 정부 차관이라는 사람이 유망한 선수의 앞길을 막았다는 게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i-SR 차원에서 로잔 사무실을 설립하려고 했고, 문체부가 예산을 지원하려고 했다면

정유라와의 개연성은 충분하다. 2020년 정유라를 올림피언으로 만들고, IOC에 로비 창구로

사용하겠다는 의미밖엔 없다.”


...(후략)




http://news.joins.com/article/21034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