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영웅' 박태환-김연아도 지키지 못하다니..

July 23, 2014

OhmyNews

Written by Jung Hye-Jung


[오마이뉴스 정혜정 기자]


짜여진 훈련을 충실히 소화했다. 심장 맥박수는 230까지 치솟았고, 고된 훈련으로 피를 토하는 것은 예사였다. 올림픽을 앞둔 마무리 연습에서 세계신기록보다 좋은 기록을 네 차례나 얻었다. 특히 시합 전날 연습에서는 세계신기록보다 2~3초 앞선 기록이 나오기도 했다. 최상의 컨디션이었다. 금메달은 당연하다 생각했고 올림픽이 끝나도 뜨거운 관심과 탄탄한 지원이 계속될 것이라 기대했다.


2년 전,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 출전한 박태환의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이 아니었다. 자유형 400m의 전설을 꿈꿨던 박태환은 세계신기록을 목표로 올림픽에 참가했다. 세계기록 경신이라는 목표 아래 장이 꼬일 듯한 고통 쯤은 거뜬히 참아냈다. 2012년 7월 28일, 자유형 400m 예선에 출전한 박태환은 3:46.68을 기록하며 조 1위로 터치패드를 찍었지만 부정 출발로 실격됐다.


경기 직후 마이클 볼 코치의 강력한 항의에 국제수영연맹(FINA)이 실격 처리를 번복하고 박태환을 결승전 명단에 올렸으나 이미 선수의 컨디션은 무너질 대로 무너진 상태였다. 국제수영연맹의 공식입장이 나온 것은 결승을 고작 5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실격 판정 번복 이후 '은메달', 꼬여버린 2년


실격 판정으로 '멘붕'의 시간을 보내야 했던 그 때는 평소같으면 피로를 풀고, 결승에 대비해 낮잠을 자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낮잠은 커녕 마인드컨트롤조차 힘겨웠던 박태환은 결국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고, 목표했던 세계신기록은 달성하지 못한 채 올림픽을 마쳐야 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400m, 200m 은메달이라는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냈지만 선수 자신에게는 결코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이었다.


당시 몸과 마음 모두 지쳐버린 박태환은 자신의 경기를 마치고 한국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지만 "메달리스트들은 폐막식이 끝날 때까지 남아달라"는 대한체육회의 요청에 귀국 날짜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가족들이 보고 싶고, 도망을 쳐서라도 돌아가고 싶다'던 박태환은 결국 예상보다 나흘 뒤에야 인천공항에 내릴 수 있었다.


한국에 도착한 후에도 박태환은 마음 편히 지낼 수 없었다. 박태환 입국 일주일 후, 동호인들이 참가하는 전국 마스터즈 수영대회가 열렸다. 주최측인 대한수영연맹은 이벤트 형식으로 열리는 국가대표 시범경기에 박태환이 출전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박태환 측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뒤이어 연맹의 포상금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런던올림픽에서 2개의 은메달을 획득한 박태환은 수영연맹으로부터 5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받게 되어 있었지만 연맹은 이 포상금을 박 선수에게 지급하는 대신 다이빙 유망주를 지원하는 데 썼다. 문제는 선수 측에게 이런 내용을 알리지 않은 데 있었다. 2013년 6월 SBS 예능프로그램 < 힐링캠프 > 에 출연한 박태환은 이와 관련해 연맹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사실 저는 기사를 통해서 알았어요. 저에게 연락이 온 것도 아니고요.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포상금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베이징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때도 받고나서 바로 기부를 했어요. 베이징올림픽 때도 받고나서 대표팀 코치진이나 개인 전담팀, 꿈나무들에게 다 기부를 했어요. 솔직히 저 개인적인 섭섭함은 없었어요. 단지 기사를 통해 알게 되니까 서운함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다이빙 꿈나무 선수들 훈련하고 지원하는 데 쓰겠다고 하니까 좋게 생각했죠."


런던 현지에서 "억장이 무너지는" 경험을 한 선수의 멘탈은 고국에 돌아와서도 치료받지 못했다. 연맹과 협회는 선수를 보호하지 못했다. 올림픽 이후 제대로 된 훈련 장소를 구하지 못한 박태환은 체육고등학교와 일반 회사원들이 사용하는 수영장에서 짬짬이 훈련해야 했다. 국가대표 훈련량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결국 박태환은 연습량 부족으로 2013 바르셀로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불참을 결정했다. 박태환을 지도하던 볼 코치는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훈련할 장소를 찾지 못해 세계대회에 나서지 못한다는 황당한 현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런 현실에도 연맹의 도움이나 지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일까. 런던올림픽이 끝나고 한 달 뒤, 후원사와의 계약이 만료됐다. 박태환은 "운동선수에게 후원사는 자존심과 같다"며 "후원사가 있을 땐 몰랐지만 없으니까 내 가치가 떨어진 듯한 기분"이라고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자비로 전지훈련 비용을 충당해오던 박태환에게 도움의 손길이 다가왔다. 2013년 6월, 박태환의 팬들이 '국민스폰서' 프로젝트를 진행해 7000여만 원의 후원금을 모았고 이를 선수에게 전달했다. 한달 뒤인 7월 18일, '삽자루 선생님'으로 알려진 수학 강사 우형철 SJR기획 대표가 1년 간 5억 원 지원을 약속하며 박태환과 후원 계약을 맺었다. 이들의 도움과 인천 상공회의소의 후원으로 박태환은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날 수 있었다.


아시안게임 선발전 대회 MVP로 우뚝


박태환이 훈련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연맹이 또 한 번 문제를 일으켰다. 수영연맹이 촌외훈련 규정을 잘못 적용해 박태환을 국가대표 강화훈련 참가자 명단에서 누락시킨 것이다. 이로 인해 박태환은 한 달치 훈련수당을 받지 못했다. 보호하고 협력해야 할 선수와 연맹 사이에서 크고 작은 잡음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호주와 한국을 오가며 훈련하던 박태환이 7월 초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을 위해 귀국했다. 지난 21일 막을 내린 '2014 MBC배 전국수영대회'에서 박태환은 자신의 주종목인 자유형 100m·200m·400m를 포함해 개인혼영 200m·400m, 단체전 계영 800m에 출전해 모두 1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6관왕에 오르며 대회 MVP를 차지한 박태환이 오는 9월 개막하는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이를 악무는 상황을 맞았다. 지난 18일 우형철 대표와의 후원 계약이 만료된 것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을 결심한 박태환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의 부활은 절실하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새로운 후원사가 나타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아시아선수 최초로 남자 수영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환이지만 지금은 연맹의 보호도 대기업의 지원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홀로 긴 터널을 걷고 있는 박태환은 인천아시안게임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오는 30일 호주로 출국할 예정이다.


▲김연아 전 국가대표 피겨스케이팅 선수. (자료사진), ⓒ 이희훈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런던에서의 억울함을 만회할 기회가 남아있는 '여름 소년' 박태환과 달리 개운치 않은 판정을 끝으로 국가대표 생활을 마감한 선수가 있다. '겨울 소녀' 김연아의 이야기다.


금메달을 바라보고 출전한 시합은 아니었다. 10년 넘게 간직해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꿈은 4년 전 이미 달성한 상태였다. 후배들을 위해 선수생활 연장을 결심했고 올림픽에서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꿈꿨다. 선수로서 치르는 마지막 시합의 목표는 아름답게 퇴장하는 것이었다. 실수없이 프로그램을 소화했고 '만족스럽게 마쳤다' 생각했다. 디펜딩챔피언의 클린 경기. 그러나 심판의 판정은 선수의 경기력을 제대로 따라 오지 못했다.


선수의 어머니는 "더 간절한 사람에게 금메달을 줬다고 생각하자"며 딸을 위로했고 김연아는 "내가 인정하고 안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아무 미련도 없다. 끝이 나서 끝이라고 생각한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선수 측의 입장과 달리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피겨스케이팅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경기 다음날 5대 일간지 1면은 관련 기사로 도배됐다.


국제빙상연맹에 공식 제소, 결과는 기각


경기 직후 국제 비영리 사회운동을 위한 사이트 '체인지(Change.org)'에서 진행한 재심사를 요구하는 청원(Demand Rejudgement at the Sochi Olympics)에는 반나절 만에 100만 건이 넘는 서명이 접수됐다. 경기는 끝났지만 심판 판정에 대한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김연아의 팬들은 대한빙상경기연맹에 공식 제소를 요구하며 1인 시위와 집회, 신문 광고 게재 등의 활동을 이어갔다.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끝난 지 정확히 한 달째 되던 날, 대한체육회와 빙상연맹이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심판 구성에 대해 국제빙상연맹 징계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며 입장을 밝혔고 지난 4월 11일, 체육회와 빙상연맹은 "국제빙상연맹에 공식 제소(Complaints)했다"고 발표했다.


체육회의 발표 직후 김연아는 "소치 동계올림픽에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출전한 선수로서 체육회와 빙상연맹이 국제빙상연맹 징계위원회에 제소한 데 대해 그 결정을 존중하며,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체육회와 빙상연맹은 심판으로 참여한, 전 러시아피겨연맹 회장이자 현재 러시아피겨연맹 사무총장인 발렌틴 피세프의 부인 알라 셰코프세바가 경기 판정 직후 러시아 소트니코바 선수와 포옹을 하는 등 중립성을 잃은 모습을 보인 점을 중점으로 제소했다. 그러나 국제빙상연맹 징계위원회는 지난달 6월 4일 "소트니코바와 심판의 포옹은 자연스러운 매너였다"며 이를 기각했다.


빙상연맹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 않겠다"


기각 판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체육회와 빙상연맹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할 수 있지만 빙상연맹은 상임이사회를 열어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체육회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지난달 말로 항소할 수 있는 기한이 마감됐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는 방법이 남아있지만 지난 18일 < 오마이뉴스 > 와 인터뷰한 박종명 빙상연맹 사무국장은 "제소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저희들은 안 합니다. 팬들의 입장 충분히 이해는 해요. 그러나 몇몇 팬들이 김연아 선수에 대한 안타까움을 가지고 이렇게 하시는데 크게 보셔야죠. 대회도 끝났고 국제빙상연맹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했는데 그 부분이 기각이 됐고. 카스(CAS)에 간다고 해서 얼마만큼 실효성이 있느냐, 취약하다고 봅니다."


이어 박 사무국장은 "국제스포츠 회원국들과의 대립 관계나 평창올림픽 개최국가로서의 위상 등을 생각할 때, 또 2002년 김동성 사건, 2004년 양태영 선수 사례를 봐도 카스에 갔지만 안 됐다(금메달을 찾아오지 못했다)"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가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안톤 오노(미국)의 헐리우드 액션으로 실격판정을 받은 김동성과 2004 아테네올림픽 기계체조 개인종합경기에서 편파판정으로 폴햄(미국)에게 금메달을 빼앗긴 양태영이 각각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했지만 기각돼 금메달을 찾지 못했다.


2004년 당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는 "한국 선수단의 항의가 경기 종료 후에 제출됐다"며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기각 판정을 받은 양태영은 "베이징올림픽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결의를 다졌지만 김연아에게는 다음 올림픽이 없다.


김연아는 2006년 11월 시니어 데뷔 이후 거의 매시즌 크고 작은 불리한 판정으로 불이익을 받아왔다. 특히 2007-2008시즌 세계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김연아는 경기 당일 고관절부상이 심해 진통제 주사를 맞고 경기에 나섰다. 최악의 컨디션에서도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였고 123.38점이라는 프리스케이팅 1위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으나 쇼트프로그램과 합한 총점에서는 일명 '줄세우기 점수'로 인해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첫 점프 실패 후 10초 넘게 활주만 했던 아사다마오가 예술점수(PCS) 감점을 받지 않아 우승을 차지해 편파판정 논란이 일었다.


불리한 판정에도 선수의 미래를 위해 팬들은 어떠한 항의도 할 수 없었다. 연맹도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한두 해가 흘렀고 선수의 마지막 무대, 소치올림픽이 열렸다. 결국 김연아는 마지막까지 심판 판정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노력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대한체육회 건물에 위치한 대한빙상경기연맹 사무실. ⓒ 정혜정


선수 보호보다 평창올림픽 개최국 위상이 먼저


지난 3월 체육회와 빙상연맹이 국제빙상연맹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당시 김연아의 매니지먼트 올댓스포츠는 "이번 제소가 그동안 수차례 반복된 한국선수들의 판정논란과 불이익이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빙상연맹 측은 유독 우리 선수에게 집중되는 부당한 대우를 처단하는 것보다 2018 평창올림픽 개최국으로서의 위상과 국제 스포츠 회원국과의 관계를 더 중시하는 모양새다. 연맹은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일까. 김재열 빙상연맹 회장은 대한빙상경기연맹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금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지만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빙상을 사랑해 주시는 팬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 드렸습니다"


최선을 다한 선수에게 실망하는 국민은 없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치른 시합에서 부당한 판정을 받았을 때, 선수를 보호해야하는 연맹과 협회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 국민이 실망하는 지점은 선수가 아닌 연맹에 있다.


http://sports.media.daum.net/sports/general/newsview?newsId=20140723194902485

한국 피겨에 악수두는 ‘빙상연맹’

July 7, 2014

Weekly Hyundae

Written by Jo Mi-jin


한국 피겨에 악수두는 ‘빙상연맹’

‘김연아는 과거일 뿐’…CAS 제소 안 한다!


국제빙상연맹에 접수한 제소가 기각된 후 대한빙연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까지 포기해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대한빙연은 국제빙상연맹 총회에서 김연아가 수차례 편파판정을 겪게 한 ‘심판 익명제’에 찬성표를 던져 피겨팬들의 분노와 비아냥을 듣고 있다. 美 피겨 전문가는 “국제연맹과 대한빙연이 짜고 친 코미디 같다”며 비꼬기도 했다. 피겨 팬들은 대한체육회가 주도하는 새로운 CAS 제소와 일련의 사건에 책임이 있는 한국인 국제심판이나 대한빙연 임원을 물갈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편집자주>


ISU 제소 기각에 이어 CAS 항소 포기한 대한빙연 

수차례 김연아 편파판정 주범인 ‘심판 익명’ 찬성   

“체육회 주도 시민사회 참여로 새로운 제소 해야”  

 

[주간현대=조미진 기자]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대한빙연)이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판정과 관련 CAS(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를 포기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 김연아 ©주간현대


스스로 포기한 대한빙상연


대한빙연은 쇼트트랙 김동성과 체조 양태영의 사례를 들어 승소가 어렵다고 판단, 제소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2018 평창 올림픽 등과 관련 ISU(국제빙상경기연맹)와 관계를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스포츠사에 전례 없이 “세계적 호응을 등에 업은 명백한 ‘판정 스캔들’에 대해 오히려 가해기관의 눈치를 과하게 살피는 상식을 벗어난 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과거 2002년 동계올림픽때도 피겨 페어 부문에서 판정 논란이 일었지만 김연아의 경우처럼 큰 이슈가 되진 않았었다. 그럼에도 당시 캐나다 빙상연맹은 즉각 제소를 하는 등 강력 대응해 공동 금메달이 수여된 바 있어 대한빙연과 더욱 대조를 이루고 있다.


앞서 ISU는 징계위원회 결정문을 통해 대한빙연·체육회의 소치올림픽 제소를 기각했다. 대한빙연과 체육회는 경기 결과·판정에 관해 종료 직후 항의 또는 항소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 직후부터 몇몇 한국인 ISU 국제심판 및 인사들은 국내 여러 미디어를 통해 ‘김연아가 금메달은 맞지만 결과는 되돌릴 수 없다’며 ‘금 되찾기’ 여론을 적극적으로 잠재우려 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ISU는 경기 후 한 달여가 지나 한국 측의 제소를 수리, 징계위원회에 회부했으나 기각했다. 제소 기각과 관련해 지난 6월6일 美 피겨 칼럼니스트 제시 헬름스는 “누가 누구를 포옹했는지 신경이나 쓸까? 대한빙연의 관리는 왜 이것을 주장이라고 들고 나왔나? 그게 ‘소치 스캔들’의 본질과 무슨 관계가 있나? 이 일은 ISU와 대한빙연 양측에 의해 짜맞춰진 한 편의 코미디처럼 보인다”며 꼬집었다. 


이 제소문은 판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연맹 부회장이자 ISU 피겨 기술위원장이며 여자 경기판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 ‘테크니컬 컨트롤러’ 알렉산더 라커닉에 대한 조사 요구 등이 전혀 없는 등 핵심을 짚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게다가 제소가 기각된 후 이번 제소에 참여한 변호사가 ‘김연아 반대파 인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변호사는 올림픽 직후 한 토론회에서 “김연아가 편파판정을 당했다고 하려면 최소한의 객관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언론이 막연히 ‘지금까지 최고였으니 당연히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한 방향으로만 몰아간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변호사는 스포츠 에이전트기도 해 스포츠에 완전히 문외한이라곤 할 수 없지만 피겨스케이팅에 대해선 전문적 식견을 갖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군다나 이번 올림픽 직후부터 러시아·일본의 언론과 피겨계, 향후 동계올림픽 중계권까지 구매해 이해관계에 얽힌 美 NBC 방송사의 해설위원들을 제외한 카타리나 비트, 딕 버튼, 소니아 비앙게티, 커트 브라우닝 등 대부분의 각국 저명 피겨전문가들이 김연아가 명백히 1위여야 했다고 지적해왔다. 


게다가 이 제소문의 목표는 애초에 금메달을 되찾는 것이 아닌 ‘러시아 선수와 포옹한 일반 심판 등에 징계를 받게 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피겨계를 지켜봐오며 대한빙연과 몇몇 한국인 ISU 국제심판을 깊이 불신하게 된 한국 피겨팬들은 제소 접수 전부터 제소문 전체 공개를 여러 루트를 통해 대한체육회·대한빙연 측에 요청해왔지만 현재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빙연의 ‘의아한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김연아가 올림픽에서 무결점 연기를 펼치고도 2위에 머무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많은 국가들이 피겨스케이팅 종목의 심판 익명제를 문제 삼았다. 그러나 지난 6월 열린 ISU 총회에서 한국 측이 심판 익명제에 찬성표를 던진 것. 


한국 피겨팬들은 분노했으며 해외에서도 경악과 실소를 금치 못했다. 지난 6월24일 저명한 美 피겨 전문기자 필립 허쉬는 칼럼을 통해 대한빙연의 선택을 비판했다. 


필립 허쉬는 “아연실색하게도, 한국이 심판 익명제를 지지했는데, 제소가 실패한 뒤 위대한 지도자 친콴타에게 새로이 굴종하는 길을 취했다”며 한국 측의 선택을 비꼬았다. 


김연아가 당한 판정을 인정하고, 제소문의 정당성도 포기하는 것으로 비춰진 것.


올림픽 역사상 전례 없이 무능력하게 빼앗겼던 ‘올림픽 개최국 피겨종목 자동 본선출전권’을 다시 받아오는 대신 올림픽 피겨 판정을 문제 삼지 않고, 익명 심판제에 찬성표까지 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스포츠 가치 측면에서, 메달 획득이나 순위 상승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올림픽 본선 출전을 세계 스포츠사(史)적으로나 국위선양 면에서 거대한 가치를 지닌 ‘여자 피겨 올림픽 2연패’와 맞바꾼 것은 상식을 벗어난 ‘최악의 악수(悪手)’라는 것이다. 


물론 올림픽 본선에 자동으로 출전한다는 것은 향후 한국 피겨스케이팅 종목의 고른 발전을 위해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또한 평창 동계올림픽 때 출전할 우리선수들이 홈 이점을 얻어 판정에서 다소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동계올림픽의 꽃인 여자 싱글 피겨 종목 2연패가 주는 상징성과 세계적 영향력에 비하면 5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치 창출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또한 본선에 나가는 것만으론 평창 이후 한국 피겨 발전에 확실성을 제공해주지 못한다는 전망이 존재한다. 


오히려 좋은 국내 선수가 나오더라도 억울한 판정을 당할 위험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피겨 팬·시민들은 “ISU 피겨 부회장 데이빗 도어, 알렉산더 줄린 등 명망있는 전문가들이 세계에서 100년, 1000년에 한 번 나올만 한 선수라고 평한 김연아가 이 종목에서 다시 기대하기 힘든 업적을 빼앗겨도 권익 보호에 뒷전이면서 더 큰 가치를 위한다는 식의 논리는 명백한 오류”라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 지난 7월1~2일 강원 평창에서 열린 소치올림픽 디브리핑 회의장 인근에서 집회를 가지고,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비공식적으로  만난  한국 피겨팬들. 


심지어 피겨팬들은 “이제껏 논란이 된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 인사들을 유능하고 사명감 투철한 스포츠외교 인사들로 교체해야만 한국피겨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현재 대한체육회는 올림픽 판정에 대한 제소에 대해 주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 않고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지난 7월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한빙연에서 CAS 제소에 대한 입장을 공문으로 보내주지 않아 체육회 단독으로 CAS에 제소를 할지, 안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대한체육회가 대한빙연의 상위기관은 맞지만 사실상 행정적인 부분을 맡고 있고, 대한빙연 측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빙연의 입장도 들어보고자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체육회 ‘제소’ 가능해


대한빙연의 CAS 제소 포기로 인해 금메달을 되찾기 위한 방법이나 정식적인 루트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체육회가 주도해 CAS 제소를 하면 된다. 이 제소의 기한은 오는 2017년까지로 2년여의 기한이 남은 셈이다. 현재 피겨 팬들은 체육회가 나서서 CAS 제소를 하고, 시민사회도 제소 과정에 참여시켜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피겨 팬들은 대한체육회와 대한빙연 사옥 앞, 서울역, 광화문 광장 등에서 수차례 집회와 1인 시위를 진행해왔다. 


지난 7월1~2일 소치올림픽 디브리핑 회의가 열린 강원 평창에선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을 비공식적으로 만나 한국 국민·피겨 팬들의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피겨 팬들과 많은 국민들은 세계적인 자국 인재가 이룩한 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 2연패의 대업을 되찾고, 세계의 조롱거리가 된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여전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happiness@hyundaenews.com


http://www.hyundaenews.com/sub_read.html?uid=9326